본문 바로가기

회고

첫 허세

반응형

예전에 한창 싸이월드에 블로그 같은 글을 기재했을 때가 있었다.

그때 이름을 허세월드라고 짓고, 여러가지 일상에 대한 글을 적곤 했었다.

 

지금보다는 메타인지가 부족했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때였었다.

20살에 깊은 향수병과 외로움으로, 많이 약해져 있었던 내게

온전히 1년 동안 나로 인해 살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세월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때의 나는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하고, 사진을 찍고 올리는 것도 참 좋아했었다.

스터디언 유튜브에서 '나에 대해 기억 하는 것은 나뿐'이라는 맥락의 영상을 보았다.

철 없었던 그때, 나는 나를 남기기 위해 발악하고 있었다. 

 

2011년, 2012년이면 지구가 멸망한다는 류의 영화가 있었다.

https://namu.wiki/w/2012(%EC%98%81%ED%99%94)

 

2012(영화)

'그들이 경고한 마지막 날이 온다!' 한국 캐치프레이즈 재난 영화 로 유명한 롤랜드 에머리히 의 영화. 배급은

namu.wiki

 

당연히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고, 지금 2024년의 내가 있다. 

그때를 기억하고 바라보기까지 12년이라는 시간이 되었다. 

 

그 기간안에 나는 대학을 졸업했고, 5년이라는 대체복무 시간을 보내면서 한 대기업의 파산을 맛보기도 했었다.

그 중간에 아주 운이 좋게 이른나이에 결혼을 하게되었고, 현재는 강아지 한마리까지 세 가족이 살게 된 것도 6년이었다.

대체복무가 끝난 후, 직무 전환을 했고 코로나라는 시기가 겹쳐. 수요가 소프트웨어 개발로 몰리면서, 개발자로 직무를 전환하게 되었다.

기혼인 상태였기 때문에 주말 낮,밤 할 것없이 개발과 공부에 매달렸고 수도 없이 사이드 프로젝트와 외주 개발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내가, 혹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에 스타트업이라는 곳에 계속해서 발을 들이게 되었고 대부분의 회사들이 망하거나 실패를 맛보았다. 현재 회사를 제외한 한 군데의 회사만이 아직도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99% 망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좋은 시기에 개발자를 시작하여, 어찌저찌 연차대비 만족할만 연봉과 직위를 얻었지만, 그 동안 잘하고 잘해내고 있다는 내 자만과는 달리. 나는 꽤 시장의 수요와 동떨어져 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회사는 곧 있으면 만 2년을 다니게 된다. 그 전에 다녔던 회사들은 짧으면 4개월 길어도 1년을 넘지 못했다. 

 

어쩌면, 이 서비스의 성공만을 믿고, 이 회사의 성공만을 믿고 너무 달려오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너무 그 만족감에 취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던거 같았다. 개발자를 하면서 한번도 포기 하지 않았던 사이드 프로젝트는 현재, 아무것도 진행하지 않고 개발자를 시작하면서 내게 가장 큰 성취를 주곤 했었던 개발자 모임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있다. 

꽤 오랫동안이나 출근해서 공부하기 시간도 대폭 감소했다. 

 

그때에는 꽤나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었으나,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다 부질 없는 변명에 불과했다. 주말이나 평일 저녁에 자기 계발보다는 

'이 정도 했으니, 나는 충분히 쉴 자격이 있어' 이렇게 내 생각을 지배했던거 같다. 그때는 너무 편하고 좋았으나 지나고 나면 허무하고 불안했다. 

 

주변에서도, 주말이니까 쉬어도 돼. 압박감 가져가면서 일 할 필요는 없잖아. 하면서 나를 독려했다. 내 안에서 나오는 울림보다는 누가 알아주기를, 누가 괜찮다고 해주기를 기대했던거 같다. 그러던 중에 내 스스로가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마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이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거 같다.

 

이직을 생각해보니, 나름 잘 썼다고 정리했었던 이력서도 내 스스로가 뭘 했는지를 돌아봤을때. 나는 벌거벗은거 같았다. 그 동안에 나를 둘러 쌓았던 좋은 행동과 습관들이. 어쩌면 편안함과 안정감 떄문에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었다. 꽤 오랫동안 나는 내 스스로가 메타인지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로 살아오고 있었다. 그저 나라는 사람이 되게 괜찮다는 내 스스로의 주관에 빠져서.

 

내 스스로가 게으르고, 지속성 가능한 일을 잘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근데, 그건 누구나 그렇다. 하지만 평범하게 살면서 다른 내일을 바라는 행동을 하면 안돼기에, 노력해보려고 한다. 항상 내가 잘되야 다른 것들도 더 챙길 수 있다. 가족도 회사도 무조건 내가 더 잘되야 더 나은 내일을 그릴 수 있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자.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자. 메타인지를 잃어버리지 말고, 더 도전하자.

 

반응형

'회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월 4주차의 허세  (1) 2024.11.24
11월 3주차의 허세  (1) 2024.11.17
11월 2주차의 허세  (0) 2024.11.10
11월 1주차의 허세  (1) 2024.11.03
10월 3주차의 허세  (9) 2024.10.26